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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5일상

여행의 이유: 고양이.

[10/365프로젝트] 여행의 이유: 고양이.

나는 고양이를 무서워한다.

중학교 땐가 우리 집 옥상에 고양이 대가족이 살았다. 동물은 키워본 적도 없는 나에게 너무 무서운 존재였다. 매일 오르는 계단을 따라오고, 앙칼진 울음으로 울어댔다. 나를 해치지는 않았지만 너무 무서웠다.

 

작고 귀여운 소중한 것.

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으며 사람 다음으로 많이 만난게 고양이였다. 순례길의 고양이는 다들 온순했다. 크앙 입을 벌리지도 않고, 빠르게 따라오지도 않았다. 그냥 쫑쫑쫑 걷다가 내가 소심하게 "미야옹" 고양이 울음소리를 내면 멈춰서 갸우뚱거렸다. 저 인간이 왜 고양이 소리 같지도 않은 말을 하지 했을 거다. 그래도 가끔은 효리네 민박에서 배운 고양이 인사를 해줬다. 멈춰서서 눈이 맞을 때까지 기다렸다가 천천히 눈을 깜-빡. 하면 똑같이 인사를 해줬다. 고양이를 무서워하는 나에게 장거리에서 눈인사가 유일한 표현방법이었는데, 고마웠다. 작고 귀여운 소중한 고양아.

 

순례길의 고양이는 대게 순례자야 힘들었겠구나 하고 후들거리는 다리 옆을 쓱쓱 지나다니며 애교를 부렸다. 무서워서 오지마오지마 해도 똥그란 눈으로 가는 길 끝까지 따라왔다. 

 

그리운 미야옹이.

고양이가 미야옹 하고 울어서 세상의 모든 고양이에게 지어준 이름이다. 미야옹이.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꽃, 김춘수

 

한국에 와서 길가다 종종 미야옹이를 만나면 대화를 시도한다. 10마리중 1마리를 빼고는 다 도망가기 바쁘지만, 순례길에서 만난 작고 귀여운 소중한 미야옹이 생각에 시도해본다. 그러고 보니 미국에 살 때도 밥 먹을 때마다 고양이가 마당에 찾아왔었다. 그때는 고양이가 무서워서 애교를 부려도 오지 말라고 했었는데.... 그런 나에게 고양이에게 가장 소중한 쥐를 선물로 줘도 징그럽다고 뭐라고 했는데... 미안하다. 무서워하지 않았으면 맨날 쓰담쓰담 귀여워해 줬을 텐데...

 

언젠간 다시 고양이를 만나러 순례길에 가고 싶다.

 

이젠 고양이 아니고 너도 미야옹이야. 미국에 있는 미야옹이에게.

여행에서 만난 미야옹이가 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