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산티아고순례길

여행의 이유: 얼핏 듣기 어디로 여행 갈지 무슨 기준으로 골라? 도쿄 여행: 지인이 거기 있었어! 파리&바르셀로나 여행: 지인이 거기 있었어! 라오스 여행: 꽃청춘 보고! 후쿠오카 여행: 사람들이 많이 가더라! 미국 여행: 친구들이 있었거나, 친구랑 갔거나! 팔라완 여행: 세부, 괌 이런데 말고 요즘 많이 간다더라! 산티아고 순례길: 친구 페북, 책 읽고!! 다음 여행지도 왠지 누군가에게 또는 어디에서 얼핏 들은 곳으로 떠날 것 같다. 그 잠깐 들었던 말이 여행지를 선택한다는 건 아직 여행할 곳이 많다는 의미다. 오늘은 얼핏 10개 정도 여행지를 알게 됐다. 내가 다녀온 미국 샌디에고 올드타운도 있었고, 난생처음 들어보는 파키스탄의 카라치라는 도시도 들었다. 얼핏 보게 된 이곳들이 언제 눈앞에 나타날지 모르는 기대감이 있다. 그.. 더보기
여행의 이유: 지금. 당신의 단점은 무엇인가? 하. 취준생의 마음을 쿵 하고 세게 치는 질문이다. "취준생인 게 제 단점이 아닌가요?" 하며 웃어넘기고 진지하게 생각해 봤다. 그리고 써 내려간 답변. '저의 단점은 생각이 많은 것입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산티아고 순례길을 다녀왔습니다. 길에서도 이틀 후의 숙소를 알아보고, 저녁 장 보기를 위해 숙소 주변의 슈퍼를 확인했습니다. 매일 반복하다 보니 문제의 원인이 미래에만 집중했다는 점을 알게 되었습니다. 순례길에서 중요한 것은 걸으며 만나는 사람과 눈앞의 새로운 환경이었습니다. 이후 너무 많은 생각을 하기보다 지금을 즐기는 지혜가 생겼습니다.' 지금을 즐기는 지혜. 지금을 즐기기 전에는 목표에 대해 단계별로 계획을 했었다. 올해는 꼭 취업을 하고, 취업하는 동시에 저녁에 운.. 더보기
여행의 이유: 하늘 대게 하늘을 쳐다보면 기분이 좋아진다. 오늘은 하늘이 쨍하게 파란 날이었다. 기분이 좋았다. 발을 내딛을 때마다 펄쩍펄쩍 뛰었다. 내가 집 밖에 있을 때마다 하늘을 쳐다보기 시작한 건 2016년부터다. 그 날은 늘 그렇듯 만원 지옥철에 이리 치이고 저리 치였다. 편도 두 시간 지하철에 몸을 싣고 집으로 오는 길에는 두 번이나 환승 구간이 있다. 신도림역이 그랬고 우리 동네 역이 그랬다. 다른 날과 마찬가지로 노래가 나오지 않는 이어폰을 끼고 표정 없이 걸었다. 소음이 싫었다. 가슴이 답답했다. 한숨을 크게 쉬었다. 마음속으로 “도대체 왜 그래!!?”라고 외쳤다. 지하철 출구로 나오자마자 하늘을 올려다봤다. 별똥별이 떨어졌다. 태어나서 처음 보는 별똥별이었다. 떨어지는 별똥별을 보고 소원을 빌면 소원이 이.. 더보기
여행의 이유: GAP YEAR(갭이어) 5초 안에 달팽이의 색을 말해보시오. 흰색! 갈색! 살색! 연갈색! 검은색! 엥? 검은색 달팽이가 세상에 존재하는가 의구심이 든다. 하지만 난 순례길을 걸으며 비가 오는 날이면 밍기적밍기적 내 앞을 지나가는 까맣고 기다란 검정 달팽이를 봤다. 눈을 비비고 봐도 분명 검은색이었다. 세상에 처음 유럽 여행을 갔을 때 지하철에서 재즈를 연주하는 것을 보고 '난 우물 안의 개굴이 였구나.'싶었는데, 5년이 지난 지금도 크게 다를 게 없었다. 우물이 조금 커지기는 했지만 여전히 우물 안의 개구리였다. Gap Year 위키 백과를 인용해보면 갭이어란, 영국을 포함한 여러 서구 나라의 학생들이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바로 대학에 진학하지 않고 1년 간의 기간에 걸쳐 다양한 경험을 쌓는 시기를 말한다. 그리고 대학 입학 .. 더보기
여행의 이유: 이끌림 그 여자의 이끌림.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기 시작한 순간부터 내 목표는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에 35일 안에 도착하기'였다. 그러기 위해서는 하루하루 지정한 마을까지 무조건 가야 했다. 779km를 35로 쪼개어 걷고 또 걸었다. 첫날 생장에서 론세바예스까지 악명 높은 코스인 나폴레옹 루트를 걸어냈다. 목표를 달성한 것 자체로 대견했다. 매일 이렇게 계획대로 걷는다면 35일 동안 걷는 건 정말 식은 죽 먹기였다. 하지만 세상은 식은 죽이 아니었다. 첫날 고생한 탓에 둘째 날부터 몸이 삐걱거리기 시작했고, 셋째 날에는 겨우 목표 마을에 도착했다. 드디어 넷째 날에 일이 터졌다. 순례길에 간다고 친구가 고민 고민해서 선물한 모자를 잃어버렸다. 선물 받고 감동해서 엉엉 울기까지 한 소중한 모자인데... 한 마.. 더보기
여행의 이유: 알코올 내가 소주 한잔을 마실 동안 그는 벌컥 세잔을 들이켰다. 술을 못하는 내게도 첫 잔은 달았다. 그리고 또 한잔을 마셨다. 그 역시 또 세잔을 들이켰다. 그리고는 술이 가장 좋다며 한잔을 더 들이켰다. 이상한 일이다. 소주 한 병에 단맛은 어디서 나는 걸까 나와 첫 식사를 하는 자리에서도 그는 세상에서 소주가 제일 맛있다고 했다. 단맛, 내가 지은 것. '알코올 쓰레기', '가성비 최고' 위의 수식어는 술자리에서 나를 졸졸 따라다니는 수식어다. 나도 오렌지주스처럼 술이 술술 들이켜지면 얼마나 좋을까 고민해 봤다. 하지만 선천적으로 알코올이 몸에 안 받으니 많이 마실수가 없다. 딱 만 19세가 됐던 날 친구들과 홍대로 술을 마시러 갔었다. 당당하게 민증을 보여주고 치킨과 맥주를 먹었다. 황금빛 치킨 튀김이 .. 더보기
여행의 이유: 진심 진심을 다해 여행을 떠났던 적이 있을까? 이게 무슨 소리일까? 해외여행을 가면서 까지 이런 이유들이 필요한 걸까? 난 왜 놀러 가면서도 이런저런 생각이 많은 걸까 싶다가도 그게 나니깐 받아들이기로 했다. 오늘은 악몽을 꿨다. 어제의 최고기온은 37도를 넘었다. 난 하루종일 지옥철에 시달리고 바쁜 아르바이트로 더위에 푹 찌고 말았다. 깊게 잠들지 못하고 계속 악몽을 꿨고, 동시에 신경 쓰는 일들이 생각났다. 몸이 힘드니 내가 꼭 쥐고 있던 진심을 놓고 싶었다. 대충하고 빨리 쉬고 싶었다. 진심은 통한다. 산티아고 순례길에 가장 기억에 남는 이유는 늘 진심이 었기 때문이다. 잠깐 지금을 탈피하려고 떠난 여행도 아니었고, 보여주는 것 뿐인 계획을 따라 떠난 여행도 아니었다. 여행을 어쩔 수 없이 가야 돼서 대.. 더보기
여행의 이유: 고양이. 나는 고양이를 무서워한다. 중학교 땐가 우리 집 옥상에 고양이 대가족이 살았다. 동물은 키워본 적도 없는 나에게 너무 무서운 존재였다. 매일 오르는 계단을 따라오고, 앙칼진 울음으로 울어댔다. 나를 해치지는 않았지만 너무 무서웠다. 작고 귀여운 소중한 것. 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으며 사람 다음으로 많이 만난게 고양이였다. 순례길의 고양이는 다들 온순했다. 크앙 입을 벌리지도 않고, 빠르게 따라오지도 않았다. 그냥 쫑쫑쫑 걷다가 내가 소심하게 "미야옹" 고양이 울음소리를 내면 멈춰서 갸우뚱거렸다. 저 인간이 왜 고양이 소리 같지도 않은 말을 하지 했을 거다. 그래도 가끔은 효리네 민박에서 배운 고양이 인사를 해줬다. 멈춰서서 눈이 맞을 때까지 기다렸다가 천천히 눈을 깜-빡. 하면 똑같이 인사를 해줬다. 고양..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