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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여행

여행의 이유: 자극적 여행을 갈 때 뇌리에 박히는 장소는 대게 자극적이라는 생각이 있다. 어느 연예인이 갔던 맛집이어야 하고, 과거에 어떤 역사가 있고, 또 요즘 유행하는 힙함이 느껴져야 하는 곳들이 그렇다. 나도 맨날 집 앞에 보이는 카페보다 이목을 끌만한 카페에 눈이 가고, 또 자극적인 것에 귀 기울이게 된다. 하지만 우리가 '여행을 가는 이유는 무엇일까?'에 대해 고민해 보면 수많은 답 중 하나는 결국 '행복'이다. 그 기준과 취향에 따라 여행 스타일이 달라진다. 단순히 해외여행을 가서 공원에 앉아 있는 것이 행복일 수도 있고, 힙한 샌프란시스코 골목을 걷는 것이 행복일 수도 있다. 다만 여행지의 범주를 자극적인 무언가를 기준으로 보게 되면 나머지 것들은 어떻게 되는가에 대한 의문이 든다. 요즘, 여행지를 아이템이라고 .. 더보기
여행의 이유: 시간여행 취미는 요리는 아님. 요즘 내 취미에 요리는 없다. 음식도 없다. 밥 안 먹고 다니는 사람 보면 신기했는데 요즘 내가 그렇다. 눈에 보이면 먹고 죽을 것 같으면 먹는다. 아, 오늘이 고비였다. 삶의 방향을 찾으며 마음과 정신은 살아났는데 가장 기본적인 건강은 잠들어간다. 시간여행 퇴근 후 밥이 들어가면 살아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늘 다니던 분식집은 너무 늦은 시간이라 문을 닫아 버렸다. 어쩔 수 없이 들어가게 생긴 분식집에 들어갔다. 으 낡았다. 비위생적인 것 같고, 김밥을 먹으면 쉰내가 날 것 같았다. 죽을 수는 없어서 김밥을 골랐다. "사장님 모둠 김밥은 뭐예요?", "소고기, 치즈, 참치, 깻잎 다 들어가" 그래 날 살리고 싶다면 이거다 싶었다. 김밥이 말리는 동안 가게를 쓱 구경하는데, 공중.. 더보기
여행의 이유: 지금. 당신의 단점은 무엇인가? 하. 취준생의 마음을 쿵 하고 세게 치는 질문이다. "취준생인 게 제 단점이 아닌가요?" 하며 웃어넘기고 진지하게 생각해 봤다. 그리고 써 내려간 답변. '저의 단점은 생각이 많은 것입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산티아고 순례길을 다녀왔습니다. 길에서도 이틀 후의 숙소를 알아보고, 저녁 장 보기를 위해 숙소 주변의 슈퍼를 확인했습니다. 매일 반복하다 보니 문제의 원인이 미래에만 집중했다는 점을 알게 되었습니다. 순례길에서 중요한 것은 걸으며 만나는 사람과 눈앞의 새로운 환경이었습니다. 이후 너무 많은 생각을 하기보다 지금을 즐기는 지혜가 생겼습니다.' 지금을 즐기는 지혜. 지금을 즐기기 전에는 목표에 대해 단계별로 계획을 했었다. 올해는 꼭 취업을 하고, 취업하는 동시에 저녁에 운.. 더보기
여행의 이유: UNIVERSAL 순례길에서 만난 10명의 사람 중 8명은 외국인이다. 영어가 세계 공통어지만 이곳에서는 ‘Hi(하이)’라는 인사 대신 ‘Buen Camino(부엔까미노, 응원해! 힘내!)’라고 말한다. 더 신기한 건 한국어로 말하는 한국인과 스페인어로 말하는 스페인 사람이 대화가 된다는 것이다. 프랑스 길 중 가장 난이도가 높다는 나폴레옹 루트를 걷고 있었다. 지쳐 말도 나오지 않는데 뒤에서 깔깔깔 하는 소리가 들렸다. 거기에는 캐나다 순례자 2명과 스페인 순례자 1명이 있었다. 나풀거리는 하얀 알라딘 바지에 배낭을 앞뒤로 메고 있는 스페인 순례자가 눈에 띄었다. 우주의 기운이 느껴졌다. 이름은 Juan, 우리는 환 또는 후안이라고 불렀다. 즐겁고 유쾌한 순례자였다. 목적지만 바라보고 가도 힘든 나폴레옹 루트를 깔깔깔 .. 더보기
여행의 이유: 새로움. ​여행 그 자체보다 여행이 품은 새로움에 마음이 설렌다. 비행기를 떠올리면 마음이 간질간질 했던 시절이 있었다. 그래서 일부러 비행기 표 없이도 공항과 함께 해가 뜨고 지는 일을 찾아 했었다. 그러다 비행기를 타는 횟수와 빈도가 잦아지고 더 이상 공항에 가는 일이 즐겁지 않았다. 비행기가 매일 타는 동네 버스 같았고, 여행지에 대한 감이 생겨버렸다. 가보지 않아도 어떤 곳인지 어렴풋이 알 것 같은 어리석은 착각에 빠져버렸다. 그러다 여행이라는 단어가 차가워졌고 날 일어서게 한 그것이 사라지니 모든 것이 건조해졌다. 오랜만에 여행길에 나섰다. 비행기가 아니라 고속버스에도 다시 마음이 간질간질 하다. 그동안 내 헛된 상상만으로 볼 수 없는 새로움이 있다는걸 깨달았다. ​여러분은 여행과 함께 할 때, 언제 마.. 더보기
여행의 이유: 우연. 눈꽃빙수와 얼음빙수 내가 초등학생 때 만해도 눈꽃빙수는 흔히 볼 수 없는 부드러운 얼음의 맛이었다. 유일하게 캔모아에 파는 눈꽃빙수가 인기였고 값도 어마어마했다. 지금은 어딜 가도 눈꽃 빙수만 팔아서 탈이다. 아니, 내가 얼음 빙수의 재미없이 빙수를 먹고 싶지가 않다. 얼음 빙수는 뭐랄까 입에 넣자마자 아그작 소리가 나는 재미와 팥과 연유 그리고 토핑이 숟가락에 범벅이 될 때까지 비빌 수 있는 손목의 맛을 느낄 수 있다. 그래서 최근 몇 년 동안 얼음 빙수를 찾으러 다녔는데 찾지 못했다. 그래서 주로 슈퍼에 파는 팥빙수나, 빙빙, IdH(배) 아이스크림으로 여름을 달랬다. 우연이다. 오늘 부드러운 얼음의 맛이 아닌 레알 여름의 맛 빙수를 발견했다. 기가막힌 우연이다. 받자마자 차가운 돌솥의 용기에 놀랐고..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