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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여행

여행의 이유: UNIVERSAL 순례길에서 만난 10명의 사람 중 8명은 외국인이다. 영어가 세계 공통어지만 이곳에서는 ‘Hi(하이)’라는 인사 대신 ‘Buen Camino(부엔까미노, 응원해! 힘내!)’라고 말한다. 더 신기한 건 한국어로 말하는 한국인과 스페인어로 말하는 스페인 사람이 대화가 된다는 것이다. 프랑스 길 중 가장 난이도가 높다는 나폴레옹 루트를 걷고 있었다. 지쳐 말도 나오지 않는데 뒤에서 깔깔깔 하는 소리가 들렸다. 거기에는 캐나다 순례자 2명과 스페인 순례자 1명이 있었다. 나풀거리는 하얀 알라딘 바지에 배낭을 앞뒤로 메고 있는 스페인 순례자가 눈에 띄었다. 우주의 기운이 느껴졌다. 이름은 Juan, 우리는 환 또는 후안이라고 불렀다. 즐겁고 유쾌한 순례자였다. 목적지만 바라보고 가도 힘든 나폴레옹 루트를 깔깔깔 .. 더보기
여행의 이유: 반짝이는 눈. 내 일상 중 하나는 아침에 눈을 뜨고 노트북과 좋아하는 책 한 권을 가지고 동네 스타벅스에 가는 일이다. 처음에 맛있었던 커피 맛이 익숙해질 때쯤이면 다른 카페에 갈 법도 한데, 너무 익숙해서 다른 곳에 가지 않는다. 오늘은 차로 10분 거리에 있는 동네 카페를 발견했다. 산 하나를 넘어가는 골목길에 위치해서 뚜벅이였다면, 발견하지 못했을 카페다. 얼마 전부터 크림 브륄레가 먹고 싶었는데, 토치로 케이크 끝을 달군 레몬 케이크가 있었다. 배가 불렀는데 불에 녹아내린 생크림과 상큼한 레몬 크림이 맛있었다. 카페에서는 마당의 잔디와 푸르른 산들이 보이고, 잠자리가 날아다녔다. 우리 동네에도 이런 곳이 있구나. 그냥 새로운 카페를 간 것 뿐인데. 반짝이는 눈 익숙한 것을 벗어나면 모든 게 새로워진다. 눈이 반.. 더보기
여행의 이유: 자유. ​​​​​​​​​ 여행의 이유: 자유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사람은 매일 무언가를 반복하는 사람이다. 절대 끝까지 계속하는 일이 항상 쉽지는 않다. 그럼에도 나는 계속 이 프로젝트를 해나갈 거다. 너 하고 싶은 거 다​ 해 좋아하는 말 이면서도 쉽게 할 수 없는 말이기도 하다. 암묵적으로 대학교도 나와야 하고 취업도 해야 하고 결혼도 해야 하는 등 내가 하고 싶은 것만 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이외에도 옷 입는 것, 먹는 것, 사는 것까지 자유롭지 못하다고 느꼈다. 누군가를 의식하고 또 의식해야 하게 된다. 그러나 여행을 가면 진짜 하고 싶은 걸 할 용기가 생긴다. 고민 있는 한국도 아니고, 누군가를 의식할 필요도 없다. 여행 가면 항상 한국에서 못 입는 옷을 가져간다. 그리고 바로 입어버린다! 그리고 .. 더보기
여행의 이유: 비움. 잠시 자리 비우겠습니다. 아니, 좀 오래 비울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잠시 자리 비우겠습니다.'라는 말 대신 '두 달 정도 자리 비우겠습니다.'라는 말이 통용되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면 비운만큼 더 잘 채울 수 있을 텐데... 1년 정도 야간대학을 다니며 낮에는 회사를 다녔다. 그래야만 나의 스펙과 지식과 노력을 채울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매일 울었다. 빙빙 도는 2호선 지하철에 앉아서도 울고, 퇴근 후 끼니도 거르고 강의실로 뛰어가면서도 울고, 또다시 지하철을 타서 집 앞에 도착하는 밤 12시에도 울었다. 나를 너무 꽉 채우려고 한 건 아닐까? 잠시만, 잠시만 내 자리를 비워두고 파리와 스페인으로 떠났다. 첫 유럽 여행이었다. 크리스마스였고, 모든 게 반짝반짝 빛났다. 오줌 냄새가 나는 파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