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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여행

여행의 이유: 자극적 여행을 갈 때 뇌리에 박히는 장소는 대게 자극적이라는 생각이 있다. 어느 연예인이 갔던 맛집이어야 하고, 과거에 어떤 역사가 있고, 또 요즘 유행하는 힙함이 느껴져야 하는 곳들이 그렇다. 나도 맨날 집 앞에 보이는 카페보다 이목을 끌만한 카페에 눈이 가고, 또 자극적인 것에 귀 기울이게 된다. 하지만 우리가 '여행을 가는 이유는 무엇일까?'에 대해 고민해 보면 수많은 답 중 하나는 결국 '행복'이다. 그 기준과 취향에 따라 여행 스타일이 달라진다. 단순히 해외여행을 가서 공원에 앉아 있는 것이 행복일 수도 있고, 힙한 샌프란시스코 골목을 걷는 것이 행복일 수도 있다. 다만 여행지의 범주를 자극적인 무언가를 기준으로 보게 되면 나머지 것들은 어떻게 되는가에 대한 의문이 든다. 요즘, 여행지를 아이템이라고 .. 더보기
여행의 이유: 얼핏 듣기 어디로 여행 갈지 무슨 기준으로 골라? 도쿄 여행: 지인이 거기 있었어! 파리&바르셀로나 여행: 지인이 거기 있었어! 라오스 여행: 꽃청춘 보고! 후쿠오카 여행: 사람들이 많이 가더라! 미국 여행: 친구들이 있었거나, 친구랑 갔거나! 팔라완 여행: 세부, 괌 이런데 말고 요즘 많이 간다더라! 산티아고 순례길: 친구 페북, 책 읽고!! 다음 여행지도 왠지 누군가에게 또는 어디에서 얼핏 들은 곳으로 떠날 것 같다. 그 잠깐 들었던 말이 여행지를 선택한다는 건 아직 여행할 곳이 많다는 의미다. 오늘은 얼핏 10개 정도 여행지를 알게 됐다. 내가 다녀온 미국 샌디에고 올드타운도 있었고, 난생처음 들어보는 파키스탄의 카라치라는 도시도 들었다. 얼핏 보게 된 이곳들이 언제 눈앞에 나타날지 모르는 기대감이 있다. 그.. 더보기
여행의 이유: 지금. 당신의 단점은 무엇인가? 하. 취준생의 마음을 쿵 하고 세게 치는 질문이다. "취준생인 게 제 단점이 아닌가요?" 하며 웃어넘기고 진지하게 생각해 봤다. 그리고 써 내려간 답변. '저의 단점은 생각이 많은 것입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산티아고 순례길을 다녀왔습니다. 길에서도 이틀 후의 숙소를 알아보고, 저녁 장 보기를 위해 숙소 주변의 슈퍼를 확인했습니다. 매일 반복하다 보니 문제의 원인이 미래에만 집중했다는 점을 알게 되었습니다. 순례길에서 중요한 것은 걸으며 만나는 사람과 눈앞의 새로운 환경이었습니다. 이후 너무 많은 생각을 하기보다 지금을 즐기는 지혜가 생겼습니다.' 지금을 즐기는 지혜. 지금을 즐기기 전에는 목표에 대해 단계별로 계획을 했었다. 올해는 꼭 취업을 하고, 취업하는 동시에 저녁에 운.. 더보기
여행의 이유: UNIVERSAL 순례길에서 만난 10명의 사람 중 8명은 외국인이다. 영어가 세계 공통어지만 이곳에서는 ‘Hi(하이)’라는 인사 대신 ‘Buen Camino(부엔까미노, 응원해! 힘내!)’라고 말한다. 더 신기한 건 한국어로 말하는 한국인과 스페인어로 말하는 스페인 사람이 대화가 된다는 것이다. 프랑스 길 중 가장 난이도가 높다는 나폴레옹 루트를 걷고 있었다. 지쳐 말도 나오지 않는데 뒤에서 깔깔깔 하는 소리가 들렸다. 거기에는 캐나다 순례자 2명과 스페인 순례자 1명이 있었다. 나풀거리는 하얀 알라딘 바지에 배낭을 앞뒤로 메고 있는 스페인 순례자가 눈에 띄었다. 우주의 기운이 느껴졌다. 이름은 Juan, 우리는 환 또는 후안이라고 불렀다. 즐겁고 유쾌한 순례자였다. 목적지만 바라보고 가도 힘든 나폴레옹 루트를 깔깔깔 .. 더보기
여행의 이유: 새로움. ​여행 그 자체보다 여행이 품은 새로움에 마음이 설렌다. 비행기를 떠올리면 마음이 간질간질 했던 시절이 있었다. 그래서 일부러 비행기 표 없이도 공항과 함께 해가 뜨고 지는 일을 찾아 했었다. 그러다 비행기를 타는 횟수와 빈도가 잦아지고 더 이상 공항에 가는 일이 즐겁지 않았다. 비행기가 매일 타는 동네 버스 같았고, 여행지에 대한 감이 생겨버렸다. 가보지 않아도 어떤 곳인지 어렴풋이 알 것 같은 어리석은 착각에 빠져버렸다. 그러다 여행이라는 단어가 차가워졌고 날 일어서게 한 그것이 사라지니 모든 것이 건조해졌다. 오랜만에 여행길에 나섰다. 비행기가 아니라 고속버스에도 다시 마음이 간질간질 하다. 그동안 내 헛된 상상만으로 볼 수 없는 새로움이 있다는걸 깨달았다. ​여러분은 여행과 함께 할 때, 언제 마.. 더보기
여행의 이유: 우연. 눈꽃빙수와 얼음빙수 내가 초등학생 때 만해도 눈꽃빙수는 흔히 볼 수 없는 부드러운 얼음의 맛이었다. 유일하게 캔모아에 파는 눈꽃빙수가 인기였고 값도 어마어마했다. 지금은 어딜 가도 눈꽃 빙수만 팔아서 탈이다. 아니, 내가 얼음 빙수의 재미없이 빙수를 먹고 싶지가 않다. 얼음 빙수는 뭐랄까 입에 넣자마자 아그작 소리가 나는 재미와 팥과 연유 그리고 토핑이 숟가락에 범벅이 될 때까지 비빌 수 있는 손목의 맛을 느낄 수 있다. 그래서 최근 몇 년 동안 얼음 빙수를 찾으러 다녔는데 찾지 못했다. 그래서 주로 슈퍼에 파는 팥빙수나, 빙빙, IdH(배) 아이스크림으로 여름을 달랬다. 우연이다. 오늘 부드러운 얼음의 맛이 아닌 레알 여름의 맛 빙수를 발견했다. 기가막힌 우연이다. 받자마자 차가운 돌솥의 용기에 놀랐고.. 더보기
여행의 이유: 비움. 잠시 자리 비우겠습니다. 아니, 좀 오래 비울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잠시 자리 비우겠습니다.'라는 말 대신 '두 달 정도 자리 비우겠습니다.'라는 말이 통용되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면 비운만큼 더 잘 채울 수 있을 텐데... 1년 정도 야간대학을 다니며 낮에는 회사를 다녔다. 그래야만 나의 스펙과 지식과 노력을 채울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매일 울었다. 빙빙 도는 2호선 지하철에 앉아서도 울고, 퇴근 후 끼니도 거르고 강의실로 뛰어가면서도 울고, 또다시 지하철을 타서 집 앞에 도착하는 밤 12시에도 울었다. 나를 너무 꽉 채우려고 한 건 아닐까? 잠시만, 잠시만 내 자리를 비워두고 파리와 스페인으로 떠났다. 첫 유럽 여행이었다. 크리스마스였고, 모든 게 반짝반짝 빛났다. 오줌 냄새가 나는 파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