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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책

여행의 이유: 새로움. ​여행 그 자체보다 여행이 품은 새로움에 마음이 설렌다. 비행기를 떠올리면 마음이 간질간질 했던 시절이 있었다. 그래서 일부러 비행기 표 없이도 공항과 함께 해가 뜨고 지는 일을 찾아 했었다. 그러다 비행기를 타는 횟수와 빈도가 잦아지고 더 이상 공항에 가는 일이 즐겁지 않았다. 비행기가 매일 타는 동네 버스 같았고, 여행지에 대한 감이 생겨버렸다. 가보지 않아도 어떤 곳인지 어렴풋이 알 것 같은 어리석은 착각에 빠져버렸다. 그러다 여행이라는 단어가 차가워졌고 날 일어서게 한 그것이 사라지니 모든 것이 건조해졌다. 오랜만에 여행길에 나섰다. 비행기가 아니라 고속버스에도 다시 마음이 간질간질 하다. 그동안 내 헛된 상상만으로 볼 수 없는 새로움이 있다는걸 깨달았다. ​여러분은 여행과 함께 할 때, 언제 마.. 더보기
여행의 이유: 겨울, 그 아름다움. 오늘은 당신의 이야기를 쓰고 싶다. 3월 2일 10시 출근, 5시 30분 퇴근.3월 3일 8시 25분 출근, 6시 10분 퇴근.3월 4일 8시 25분 출근, 11시 30분 퇴근....4월 14일 8시 24분 출근, 7시 퇴근.4월 15일 8시 20분 출근, 8시 퇴근.4월 16일 오늘은 쉬는 날.(45일 만에) 우연히 발견했던 엄마의 다이어리에 몇 년 동안 기록된 출퇴근 시간을 봤다. 중간중간 '오늘은 쉬는 날. 힘들다.'라는 문구를 보면 마음이 미어졌다. 펜 끝에 그 말이 나오기까지 엄마는 어떤 기분이었을까? 흔히들 겨울이 고난의 계절이라고 표현한다. 모든 게 잠들어버린 후 매서운 바람만 남아있는 그 계절을 말한다. 종종 사람들은 "내 인생에 봄은 언제 올까"라고 말한다. 지금 겨울이라는 말이다. 지금.. 더보기
여행의 이유: 관찰 카페에 들어섰다. 아늑한 자리에 앉을까 하다가 비가 와서 창가에 앉았다. 비가 오면 사람들은 우산을 쓴다. 빨간 우산, 파란 우산, 찢어진 우산. 찢어진 우산이라도 써서 비를 피한다. (진짜 비닐 한 조각만 남은 우산을 쓰고 터벅터벅 걷는 사람을 봤다.) 갑자기 바람이 세차게 분다. 우산의 방향이 앞쪽으로 향한다. 비바람을 막아야 하니깐. 미니 수레를 끈 한 아주머니가 우산을 쓰고 비둘기에게 먹이를 준다. 해리포터의 한 장면 같았다. 비둘기들아 너네들도 아침을 먹어서 다행이다. 그러다 문득, 비둘기는 우산 없이 비를 맞는다는 생각을 했다. 비가 오나 바람이 부나 천둥번개가 치나 비를 피하지 않고 맞는다. 그간 여름의 무더위 탓일까? 아니면 비가 뭔지 모르는 걸까? 비가 오는 날 우산을 쓰는 건 사람뿐이라.. 더보기
여행의 이유: 하늘 대게 하늘을 쳐다보면 기분이 좋아진다. 오늘은 하늘이 쨍하게 파란 날이었다. 기분이 좋았다. 발을 내딛을 때마다 펄쩍펄쩍 뛰었다. 내가 집 밖에 있을 때마다 하늘을 쳐다보기 시작한 건 2016년부터다. 그 날은 늘 그렇듯 만원 지옥철에 이리 치이고 저리 치였다. 편도 두 시간 지하철에 몸을 싣고 집으로 오는 길에는 두 번이나 환승 구간이 있다. 신도림역이 그랬고 우리 동네 역이 그랬다. 다른 날과 마찬가지로 노래가 나오지 않는 이어폰을 끼고 표정 없이 걸었다. 소음이 싫었다. 가슴이 답답했다. 한숨을 크게 쉬었다. 마음속으로 “도대체 왜 그래!!?”라고 외쳤다. 지하철 출구로 나오자마자 하늘을 올려다봤다. 별똥별이 떨어졌다. 태어나서 처음 보는 별똥별이었다. 떨어지는 별똥별을 보고 소원을 빌면 소원이 이.. 더보기
여행의 이유: GAP YEAR(갭이어) 5초 안에 달팽이의 색을 말해보시오. 흰색! 갈색! 살색! 연갈색! 검은색! 엥? 검은색 달팽이가 세상에 존재하는가 의구심이 든다. 하지만 난 순례길을 걸으며 비가 오는 날이면 밍기적밍기적 내 앞을 지나가는 까맣고 기다란 검정 달팽이를 봤다. 눈을 비비고 봐도 분명 검은색이었다. 세상에 처음 유럽 여행을 갔을 때 지하철에서 재즈를 연주하는 것을 보고 '난 우물 안의 개굴이 였구나.'싶었는데, 5년이 지난 지금도 크게 다를 게 없었다. 우물이 조금 커지기는 했지만 여전히 우물 안의 개구리였다. Gap Year 위키 백과를 인용해보면 갭이어란, 영국을 포함한 여러 서구 나라의 학생들이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바로 대학에 진학하지 않고 1년 간의 기간에 걸쳐 다양한 경험을 쌓는 시기를 말한다. 그리고 대학 입학 .. 더보기
여행의 이유: 빨간 드레스. 미국에는 디즈니 월드와 디즈니 랜드가 있다. 엘에이에 있는 디즈니 랜드는 월트 디즈니의 의도와 다르게 상업적인 목적을 배경으로 설계됐다. 올랜도의 디즈니월드는 월트 디즈니의 가치와 혼을 바탕으로 설계됐다. 들었던 얘기 중 디즈니 월드의 미녀와 야수의 성 식당에 가면, 진짜 미녀와 야수가 있고 서빙도 공주와 왕자 그리고 신하들이 해준다고 한다. 글을 쓰는 지금도 너무 가보고 싶다.!!!!!!!!! 디즈니는 브랜드 그 이상의 가치로 정말 디즈니 세계에 와있는 기분을 느끼게 한다. 신데렐라 드레스 어렸을 때 부모님과 쇼핑을 가서 샀던 하늘색 드레스가 기억난다. 앨범을 뒤져보니 신데렐라의 드레스와 비슷하다. 그 옷을 입으면 난 신데렐라가 된 기분이었다. 아니, 신데렐라였다. 그 증거는 아직도 우리 아빠는 나를 .. 더보기
여행의 이유: 동기. 동기. 여행의 이유 365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만든 힘. 낭만적인 파리로 떠나게 만든 힘. 꿈을 실현하게 만든 힘. 내게는 내가 하고 싶은 걸 만드는 힘이 동기다. 여행 가이드. 학교 공부는 최악이다. 시험기간에 교과서를 집에 가져간 적이 있었나? 생각도 안 난다. 유일하게 좋아했던 활동은 발표였다. 처음에는 무지무지 긴장해서 화장실을 몇 번이나 갔었다. 하지만 공식적으로 빛날 수 있는 유일한 자리였다. 똑같이 발표를 하는데 유독 내 박수만 박수를 받았다. 잘난 체는 아니고, 쩌렁쩌렁한 목소리 덕에 집중이 잘 됐다고 생각한다. 여행 가이드가 하고 싶었다. 가이드할 지역이 어디가 될지 모르지만, 꼼꼼히 알고 싶었다. 그래서 현지에 살아보려고 유학, 워킹홀리데이, 어학연수, 장기여행 등 이것저것 고민을 했다.. 더보기
여행의 이유: 허기. 하루 8끼 먹어도 먹어도 배가 고팠을 때가 있었다. 그래서 아침을 먹고 또 아침을 먹었다. 점심을 먹고는 또 점심을 먹었고, 야식과 간식 없이는 살 수가 없었다. 소화시킬 시간을 주지 않으니 하루 종일 몸도 기분도 무거웠었다. 그래도 속이 자꾸 허해서 먹고 또 먹었다. 라떼 한잔 샌프란시스코를 여행했을 때였다. 아침에 블루보틀에서 라떼를 한 잔 시켜 마시고 걷고 또 걸었다. 골든 게이트 브릿지를 왕복으로 걷고, 언덕길을 돌아다니며 이곳저곳을 구경했다. 피어(PIER) 39에서 기념품도 보고 기라델리 초콜릿 공장도 봤다. 배는... 안고파서 피셔맨 워프에서 클램 차우더를 지나쳤다. 왜 그런 걸까? 여행을 하면 누구나 다 라떼 한잔으로 하루를 보낼 수 있는 건가? 내 식욕이 의심스러웠지만, 한 두 번이 아니..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