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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의기술

여행의 이유: 자연 땅에 드러누워 신발을 벗고 맨발로 풀잎을 쓰다듬는 일. 그렇게 땅과 직접 접촉하면 왠지 마음도 자유롭고 느긋해지는 기분이다. 나는 세상 속에서도 내 방에 있는 것 같은 편안함을 느 수 있다. 여행의 기술, 알랭 드 보통 숨이 턱턱 막히던 여름이 다 갔나 보다. 아침저녁으론 가을 냄새가 코끝을 지나고 하늘은 높고 맑다. 우리 집 앞에는 3명이 붙어 앉으면 딱 맞는 짧은 나무 의자가 하나 있다. 집에 들어가기 전 잠깐 앉아봤다. 분명히 아주 오래전부터 있었던 의자였는데 나무 냄새가 났다. 나무는 죽어도 나무인가 보다. 신발을 벗고 그 자리에 누워 버렸다. 무릎을 살짝 접으면 딱 맞는 길이에 픽 웃음이 났고, 그러다 어디서 온 나무인지 모르겠지만 바람 때문인지 진해진 나무 냄새가 좋았다. 이렇게 자연과 만날 .. 더보기
여행의 이유: 비움. 잠시 자리 비우겠습니다. 아니, 좀 오래 비울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잠시 자리 비우겠습니다.'라는 말 대신 '두 달 정도 자리 비우겠습니다.'라는 말이 통용되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면 비운만큼 더 잘 채울 수 있을 텐데... 1년 정도 야간대학을 다니며 낮에는 회사를 다녔다. 그래야만 나의 스펙과 지식과 노력을 채울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매일 울었다. 빙빙 도는 2호선 지하철에 앉아서도 울고, 퇴근 후 끼니도 거르고 강의실로 뛰어가면서도 울고, 또다시 지하철을 타서 집 앞에 도착하는 밤 12시에도 울었다. 나를 너무 꽉 채우려고 한 건 아닐까? 잠시만, 잠시만 내 자리를 비워두고 파리와 스페인으로 떠났다. 첫 유럽 여행이었다. 크리스마스였고, 모든 게 반짝반짝 빛났다. 오줌 냄새가 나는 파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