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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5일상

여행의 이유: 이끌림

[18/365프로젝트] 여행의 이유: 이끌림

그 여자의 이끌림.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기 시작한 순간부터 내 목표는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에 35일 안에 도착하기'였다. 그러기 위해서는 하루하루 지정한 마을까지 무조건 가야 했다. 779km를 35로 쪼개어 걷고 또 걸었다. 첫날 생장에서 론세바예스까지 악명 높은 코스인 나폴레옹 루트를 걸어냈다. 목표를 달성한 것 자체로 대견했다. 매일 이렇게 계획대로 걷는다면 35일 동안 걷는 건 정말 식은 죽 먹기였다.

 

하지만 세상은 식은 죽이 아니었다. 첫날 고생한 탓에 둘째 날부터 몸이 삐걱거리기 시작했고, 셋째 날에는 겨우 목표 마을에 도착했다. 드디어 넷째 날에 일이 터졌다. 순례길에 간다고 친구가 고민 고민해서 선물한 모자를 잃어버렸다. 선물 받고 감동해서 엉엉 울기까지 한 소중한 모자인데... 한 마을이나 더 와서 카페 콘레체를 먹으며 생각이 났다. 잠깐 쉬면서 약수터 비슷한 근처에 두고 왔다는 생각이 스쳤다. 

 

그 남자의 이끌림.

순례길을 걷기 3일 정도 됐을 때 그녀를 만났다. 나보고 혹시 한국 순례자 중에 Jason이라는 영어 이름을 가지고 있는 사람을 아냐고 물었다. 내가 Jason이었지만 그냥 모른다고 했다. 배가 고파서 빨리 알베르게에 돌아가 신라면을 끓여먹을 생각뿐이었다. 그리고 이틀 후 그녀를 또 만났다. 함께 걷는데 기분이 좋았다. 밝은 에너지가 좋았다. 항상 함께 걷고 싶었다.

 

그녀는 나보다 걸음이 느렸고, 나와 걷는 일이 나만큼 좋아 보이지는 않았다. 그래서 오늘은 앞서 걸었다. 그녀가 목표한 마을까지 먼저 가서 기다려야겠다고 생각했다. 카톡이 울렸다. 오늘은 내가 있는 마을보다 한 마을 전에서 쉰다고 한다.

 

소중한 것.

그 여자는 너무나 소중한 모자를 위해 1시간을 되돌아 갔다. 그 남자도 너무나 소중한 그녀를 위해 1시간을 되돌아 갔다.

 

여자는 모자를 찾으러 되돌아가며 다른 순례자에게 질문을 받았다. "왜 되돌아가요? 그거 절대 못 찾을 텐데,, 모자 그냥 하나 사지" 그 남자도 그녀를 향해 되돌아 가며 같은 질문을 수없이 받았을 거다.

 

누군가는 아무렇지 않은 것에,

누군가는 사랑에 빠진다.

 

평소의 발견, 유병욱

 

그 후로 난 날 생각해준 따뜻한 너의 마음에 이끌린다.

 

여행에서 당신이 마음을 주는 것은 무엇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