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365일상

여행의 이유: GAP YEAR(갭이어)

[19/365프로젝트] 여행의 이유: (GAP YEAR)갭이어

5초 안에 달팽이의 색을 말해보시오.

흰색!

갈색!

살색!

연갈색!

 

검은색!

엥? 검은색 달팽이가 세상에 존재하는가 의구심이 든다. 하지만 난 순례길을 걸으며 비가 오는 날이면 밍기적밍기적 내 앞을 지나가는 까맣고 기다란 검정 달팽이를 봤다. 눈을 비비고 봐도 분명 검은색이었다.

 

세상에 처음 유럽 여행을 갔을 때 지하철에서 재즈를 연주하는 것을 보고 '난 우물 안의 개굴이 였구나.'싶었는데, 5년이 지난 지금도 크게 다를 게 없었다. 우물이 조금 커지기는 했지만 여전히 우물 안의 개구리였다.

 

Gap Year

위키 백과를 인용해보면 갭이어란, 영국을 포함한 여러 서구 나라의 학생들이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바로 대학에 진학하지 않고 1년 간의 기간에 걸쳐 다양한 경험을 쌓는 시기를 말한다. 그리고 대학 입학 전 다양한 활동을 체험하여 자신이 나아갈 방향을 설정하는 기간을 의미한다.

 

최근 뉴스를 슥슥 보다가 한 학생이 학교 수업을 잠시 내려놓고 1년간 갭이어를 가졌다는 기사를 봤다. 반가웠다. 내가 늘 그렇게 하고 싶었는데 우리나라에서 빈틈은 흠이라는 생각에 생각만 하고 실천하지 못했다. 최근에야 자연스럽게 시간이 생겨서 한국에서 갭이어를 갖고 있는 중이다. 

 

그중 제일 먼저 했던 일은 돈을 모아서 43일간 산티아고 순례길에 간 일이다. 내가 나아갈 방향을 잃었었고, 그래서 앞으로 뭘 해야 할지 몰랐었다. 막연하게 순례길을 다녀오면 변화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고 길을 따라나섰다. 기대했던 것 이상으로 마법 같은 일들이 많았고, 또 생각 이상으로 힘든 일도 많았다. 

 

경험이 없었다면, 한평생 달팽이는 흰색이고 갈색이고 살색이고 연갈색이구나 하며 살았을 거다. 

 

지금은 조금 나아갈 길이 보인다. 순례길을 다녀와서가 아니다. 경험을 바탕으로 내게 주어진 상황에서 다양한 면을 사고할 수 있게 됐다. 

 

다시, 5초 안에 달팽이의 색을 말해보시오.

흰색!

갈색!

살색!

연갈색!

검은색!

 

어쩌면 노란색과 빨간색, 무지개색과 투명색도 있지 않을까?

 

삶에서 길을 잃은 적이 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