된장찌개와 스파게티
둘 중 하나를 골라 하루 세끼 같은 음식을 먹어야 한다면, 망설임 없이 된장찌개를 고를 것이다. 내가 한국 사람인 것도 있지만 된장찌개에는 한국의 맛 외에도 많은 것이 담겨있다.
학창 시절 아침에 눈을 뜨기 전 코를 킁킁거리면 주방에서는 엄마의 사랑이 담긴 구수한 찌개 냄새가 났다. 온 가족이 할머니네 모이는 날이면 늘 따뜻한 된장찌개가 있었고, 전날 술을 들이켰거나, 치킨을 뜯은 날이면 어김없이 다음날은 구수한 된장찌개가 당긴다.
내가 어렸을 때부터 맡아온 사랑의 냄새, 가족의 따뜻한 냄새, 내 몸이 찾는 냄새가 된짱찌개로 향한다.
개인의 취향.
여행 가서 제일 좋아하는 일은 현지인의 냄새가 있는 곳에 가는 것이다. 그중 하나가 바로 시장이다. 여행 가서 한국하고 똑같은 시장에 가면 뭐하냐고 묻지만 생각보다 할 것이 많다.
지난 파리 여행에서 잠깐 시장에 들렀다. 철퍽하고 무거운 방수 앞치마를 입은 생선가게 아저씨가 프랑스 물고기를 소개해준다. 프랑스에서만 만드는 커다란 치즈 덩어리를 쓱쓱 잘라주는 치즈 장수도 있었다. 그리고 우리의 시장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과일을 들었다 놨다 하며 먹을 가족을 생각하는 손님과 동네 꼬마 손님들이 길게 줄을 선 젤라또 가게가 있다.
아름다운 에펠탑 앞에서 남기는 사진 역시 중요하지만, 시장에서 풍겨오는 그들의 냄새가 더 끌린다.
그렇게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각 나라와 도시의 냄새를 쫓다 보면 어느새 내가 프랑스인이 된 기분이다. 아주 가끔 그들의 냄새가 생각날 때 된장찌개 대신 콤콤한 치즈나 따끈한 크루아상에 에스프레소가 먹고 싶어 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