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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5일상

여행의 이유: 관찰

 

[22/365프로젝트] 여행의 이유: 관찰

 

카페에 들어섰다. 아늑한 자리에 앉을까 하다가 비가 와서 창가에 앉았다. 비가 오면 사람들은 우산을 쓴다. 빨간 우산, 파란 우산, 찢어진 우산. 찢어진 우산이라도 써서 비를 피한다. (진짜 비닐 한 조각만 남은 우산을 쓰고 터벅터벅 걷는 사람을 봤다.) 갑자기 바람이 세차게 분다. 우산의 방향이 앞쪽으로 향한다. 비바람을 막아야 하니깐. 

 

미니 수레를 끈 한 아주머니가 우산을 쓰고 비둘기에게 먹이를 준다. 해리포터의 한 장면 같았다. 비둘기들아 너네들도 아침을 먹어서 다행이다. 그러다 문득, 비둘기는 우산 없이 비를 맞는다는 생각을 했다. 비가 오나 바람이 부나 천둥번개가 치나 비를 피하지 않고 맞는다. 그간 여름의 무더위 탓일까? 아니면 비가 뭔지 모르는 걸까?

 

비가 오는 날 우산을 쓰는 건 사람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몇 주 전 비가 왔을 때 우산을 가방에 두고 그냥 맞았다. 동생이 나보고 외국 사람 같다고 했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벤투라에 살았을 때 비가 오나 안 오나 그냥 다녔다. 우산을 챙길 일도 없었고, 동료들도 그랬다. 우리도 오늘 본 비둘기 같았다.

 

우리나라는 여름에 바짝 비가 쉬지 않고 온다. 캘리포니아는 겨울에 비가 오기는 하지만 부슬부슬 잠깐 뿐이다. 우리는 비를 맞으면 불편하다. 다 젖어버리면 실내에 들어서서 찝찝함이 밀려온다. 비둘기도 비를 맞으면 불편할 거다. 그렇지만 실내에 들어갈 일이 없고, 해가 뜰 때를 기다려 상쾌함을 즐긴다. 

 

여행 중 비를 관찰한 적이 있나요?


비 오는 날 추천 여행지(서울-경복궁  홍례문과 근정전)

출처: 인스타그램 @rimirimi25 Rim Haw

홍례문을 들어서면 양옆으로 처마에 떨어진 빗방울이 모여 울퉁불퉁한 돌바닥 사이를 타고 흐르는 모습이 장관이라고 한다.

전해 듣기로는 경복궁 설계 시 계획된 모습이라고 한다. 내일은 해가 뜬다고 하니, 경복궁에 다녀올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