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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5일상

여행의 이유: UNIVERSAL

[25/365프로젝트] 여행의 이유: UNIVERSAL

순례길에서 만난 10명의 사람 중 8명은 외국인이다. 영어가 세계 공통어지만 이곳에서는 ‘Hi(하이)’라는 인사 대신 ‘Buen Camino(부엔까미노, 응원해! 힘내!)’라고 말한다.

더 신기한 건 한국어로 말하는 한국인과 스페인어로 말하는 스페인 사람이 대화가 된다는 것이다.

프랑스 길 중 가장 난이도가 높다는 나폴레옹 루트를 걷고 있었다. 지쳐 말도 나오지 않는데 뒤에서 깔깔깔 하는 소리가 들렸다. 거기에는 캐나다 순례자 2명과 스페인 순례자 1명이 있었다. 나풀거리는 하얀 알라딘 바지에 배낭을 앞뒤로 메고 있는 스페인 순례자가 눈에 띄었다. 우주의 기운이 느껴졌다.

이름은 Juan, 우리는 환 또는 후안이라고 불렀다. 즐겁고 유쾌한 순례자였다. 목적지만 바라보고 가도 힘든 나폴레옹 루트를 깔깔깔 웃으며 넘어왔다. 그와 함께한 길은 눈싸움장이 되기도 했고 골프장, 놀이터 그리고 우주가 되기도 했다.

말 한마디 통하지 않았지만 순례자들은 몇 번 눈빛을 교환한 후에 “Universal~!!”이라고 외쳤다. 마치 “우리는 하나다. 언어 따위가 무슨 소용이냐!!”하는 기분이었다.

밤하늘을 바라볼 때면 종종 환과의 마법 같았던 기억이 떠오른다.

여행하며 마법 같은 경험을 한 적이 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