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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5일상

여행의 이유: 시간여행

[27/365프로젝트} 여행의 이유:시간여행.

취미는 요리는 아님.

요즘 내 취미에 요리는 없다. 음식도 없다. 밥 안 먹고 다니는 사람 보면 신기했는데 요즘 내가 그렇다. 눈에 보이면 먹고 죽을 것 같으면 먹는다. 아, 오늘이 고비였다.

 

삶의 방향을 찾으며 마음과 정신은 살아났는데 가장 기본적인 건강은 잠들어간다.

 

시간여행

퇴근 후 밥이 들어가면 살아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늘 다니던 분식집은 너무 늦은 시간이라 문을 닫아 버렸다. 어쩔 수 없이 들어가게 생긴 분식집에 들어갔다.

 

으 낡았다. 비위생적인 것 같고, 김밥을 먹으면 쉰내가 날 것 같았다. 죽을 수는 없어서 김밥을 골랐다. "사장님 모둠 김밥은 뭐예요?", "소고기, 치즈, 참치, 깻잎 다 들어가" 그래 날 살리고 싶다면 이거다 싶었다.

 

김밥이 말리는 동안 가게를 쓱 구경하는데, 공중전화를 발견했다. 내가 초등학교 때 휴대폰이 없어서 딱 한 번인가 사용해 본 기억뿐인 공중전화다. "사장님 이거 작동해요?", "백 원 넣어서 아가씨 핸드폰으로 걸어봐". 딱 한 번의 기억만 있는 초등학생으로 돌아간 기분이었다.

 

그게 마음에 들어서 공중전화와 메뉴판, 가게 내부 사진을 찍었다. 그러고 나니깐, 초등학교 때 앉았던 의자와 한 줄에 천오백 원 두줄에 이천 원 하는 김밥메뉴가 눈에 들어왔다. "사장님 진짜 천 원이에요?", "엉 두 개 사면 하나에 천 원".

 

꾸밈이 아니었다. 요즘 유행처럼 번져 레트로 인척 하는 게 아니라 진짜 40년의 세월이 담겨있었다.

 

꾸밈없이 아름다운 것.

 

내가 바라는 모습에 마음이 홀린다. 간이 덜된 김밥이었는데 참 맛있었다. 위생도 내 선입견이었지 괜찮았다. 자주 이 가게에 갈 것 같다. 다음엔 꼭 공중전화로 전화를 걸어봐야겠다.

 

시간여행을 해본 경험이 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