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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5일상

여행의 이유: 자연

[30/365프로젝트} 여행의 이유: 자연

땅에 드러누워 신발을 벗고 맨발로 풀잎을 쓰다듬는 일.

그렇게 땅과 직접 접촉하면 왠지 마음도 자유롭고 느긋해지는 기분이다.

나는 세상 속에서도 내 방에 있는 것 같은 편안함을 느 수 있다.

 

여행의 기술, 알랭 드 보통 

 

숨이 턱턱 막히던 여름이 다 갔나 보다. 아침저녁으론 가을 냄새가 코끝을 지나고 하늘은 높고 맑다. 우리 집 앞에는 3명이 붙어 앉으면 딱 맞는 짧은 나무 의자가 하나 있다. 집에 들어가기 전 잠깐 앉아봤다. 분명히 아주 오래전부터 있었던 의자였는데 나무 냄새가 났다. 나무는 죽어도 나무인가 보다.

 

신발을 벗고 그 자리에 누워 버렸다. 무릎을 살짝 접으면 딱 맞는 길이에 픽 웃음이 났고, 그러다 어디서 온 나무인지 모르겠지만 바람 때문인지 진해진 나무 냄새가 좋았다.

 

이렇게 자연과 만날 때마다 종종 맨발로 걸어 올랐던 문경새재를 떠올린다. 20살이 되고 첫 자연과의 접촉이었다. 국토대장정으로 이주가 넘는 시간 동안 계속 걸었기에 촉촉하고 말랑한 문경새재의 흙이 편안했다. 그때 처음 알았다. 우리가 편하라고 만들어 놓은 아스팔트는 그래도 죽어있는 인위적인 거라고.

 

가을바람이 자꾸 부니깐 차가운 겨울이 오기 전에 땅에 드러눕고 싶다.

여행하며 맨발로 걸었던 장소는 어디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