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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5일상

여행의 이유: 그런 순간

[31/365프로젝트} 여행의 이유: 그런 순간

그런 순간이 있다.

정말 별거 아닌 모습이 자꾸만 기억이 나는 순간.

 

미국 LA 근처 벤투라에서 샌프란시스코까지 야간 버스를 이용한 적이 많다. 징그러운 재규어 모양이 그려져 있는 커다랗고 높은 버스였다. 밤 9시에 출발하면 밤새 달려 다음 날 새벽 4시에 샌프란시스코에 도착한다.

 

서울과 부산을 왕복하는 거리를 밤새 달리는 버스의 창밖은 캄캄하다. 미국이 얼마나 넓은지 흔히 보이는 도심의 빛 한 줄 기도 보이지 않는데, 난 그걸 몇 번이나 탔다. 가격이 저렴했고, 게스트하우스 비용을 아낄 수 있었다. 또 아침 일찍 샌프란시스코에 도착해서 뜨는 해를 바라보면 기분이 좋았다.

 

샌프란시스코로 떠나는 길에 그런 순간은 2시간을 달리고 환승하는 산타바바라 역의 버스정류장이었다. 기찻길 옆 두세 개의 높다란 전등 빼고는 아무것도 없는 황량한 곳이었다. 밤공기는 차가웠고 환승버스를 기다리는 30분은 으스스했다. 다들 나처럼 짐 보따리를 들고 한줄뿐인 의자 주위에 서성이며 버스를 기다렸다.

 

밤이 무섭다고 소문난 미국에서 혼자 밤에 있었던 그런 순간이었다. 무섭기보다는 짜릿했고, 여행길이라 기분이 좋았다.

죽지 않고 살아있기에 이렇게 말하지만, 정말 짜릿했다.

 

여행하면서 전혀 느끼지 못한 순간이 종종 기억이 난다. 나는 그걸 '그런 순간'이라고 표현한다.

 

여러분의 '그런 순간'은 언제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