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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5일상

여행의 이유: 허기.

[8/365프로젝트] 여행의 이유: 허기.


하루 8끼

먹어도 먹어도 배가 고팠을 때가 있었다. 그래서 아침을 먹고 또 아침을 먹었다. 점심을 먹고는 또 점심을 먹었고, 야식과 간식 없이는 살 수가 없었다. 소화시킬 시간을 주지 않으니 하루 종일 몸도 기분도 무거웠었다. 그래도 속이 자꾸 허해서 먹고 또 먹었다. 

 

라떼 한잔

샌프란시스코를 여행했을 때였다. 아침에 블루보틀에서 라떼를 한 잔 시켜 마시고 걷고 또 걸었다. 골든 게이트 브릿지를 왕복으로 걷고, 언덕길을 돌아다니며 이곳저곳을 구경했다. 피어(PIER) 39에서 기념품도 보고 기라델리 초콜릿 공장도 봤다. 배는... 안고파서 피셔맨 워프에서 클램 차우더를 지나쳤다. 

 

왜 그런 걸까? 여행을 하면 누구나 다 라떼 한잔으로 하루를 보낼 수 있는 건가? 내 식욕이 의심스러웠지만, 한 두 번이 아니었기에 그냥 넘겼다.

 

배꼽시계

여행할 때는 꼬르륵 시계가 멈춰 버린다. 요상한 일이지만 배가 등에 달라붙어 홀쭉해져도 괜찮다. 보고 느끼고 즐기고 여행에 푹 빠져 할 수 있는 일이 넘쳐나기 때문이다. 그래서 여행이 참 좋았다. 여행은 밥보다 내 하루를 가득 채울 수 있는 영양가 있는 것이었다.

 

그렇지만 일상으로 돌아오면 또다시 배가 고팠다. 먹어도 먹어도 배가 고팠다. 안 되겠다 싶어서 책을 읽기 시작했다. 책을 읽고 또 읽고, 또 읽었다. 그래도 배는 고팠다. 그러다 김지선 여행작가의 '당신도 산티아고 순례길이 필요한가요'책을 읽게 되었다. 이 곳에 가면 왜 먹어도 먹어도 배가 고픈지 알 수 있겠다는 예감이 들었다.

 

요즘은

요즘은 하루 한 끼만 먹어도 거뜬하다. 순례길을 다녀온 후 왜 자꾸 허기가 지는지 알게 됐기 때문이다.

 

"아 배부르다!!!"

 

일상에서 가장 허기질 때는 언제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