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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5일상

여행의 이유: 사랑.

[2/365 프로젝트] 여행의 이유: 사랑


김종욱 찾기

여행하면 우리 마음에 누구나 김종욱이 있다. 김종욱은 여행을 하며 어디서 어떻게 무슨 이유로 만날지 모르는 예상하지 못한 사랑이다. 매번 여행을 하며 김종욱을 떠올렸다. 비행기 옆자리에 누군가 앉지 않을까? 우연히 호텔에서 만나는 건 아닐까? 그것도 아니라면 집으로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음... 아니었다. 절대 절대 영화 같은 사랑은 없었다. 지인은 우스게 소리로 "그런 사람 따라가면 큰일 난다."라고 말한다. 맞는 말이다.

 

나의 최애 여행지: 산티아고 순례길.

지금까지 비행기로 여행한 곳은 산티아고 순례길, 필리핀, 미국, 프랑스..... 그래도 나름 많이 다녔다. 이 중 최애 여행지는 산티아고 순례길이다. 그 이유는 거기서 김종욱을 만났기 때문이다. 김종욱은 779km의 프랑스 길을 걷다가 만났다. 10kg이나 되는 가방을 들고 하루 종일 걸을 때 날 웃게 해 줬다. 다리가 아파서 힘들 때는 쉬고 가라고 날 배려해줬고, 슬퍼서 울 때는 같이 울어줬다. 걱정이 많을 때는 같이 이야기해주었고 또 너무 행복한 날은 행복을 마음껏 즐기게 해 줬다. 또 어떤 날은 잃어버린 가방을 찾아주기도 했고 호주 요리를 해주기도 했다. 또... 강아지의 귀를 핥아서 날 웃게 만들기도 했다. 

 

아니 세상에 이런 사람이 다 있나?라고 생각할 수 있다. 뭐.. 있을 수도 있지만 순례길에서 만난 김종욱은 이성이 아니더라도 사람, 여행, 책, 영화, 글, 자연, 동물 등 내가 사랑에 빠지게 되는 모든 것들이다. 

 

여행을 하며 이렇게 푹 빠져본 기억이 없다. 언제 또 올지 모르니깐 무조건 많이 보고, 이것 저것 먹어보고 해가 다 지고 한참 뒤에 숙소에 와서 씻고 뻗어버렸다. 사실 그동안 여행은 오히려 맛만 본 기분이다. 그런데 사랑에 빠지면 섬세해진다. 더 이상 눈에 보이는 것 만이 전부가 아니라는 걸 배운다. 순례길에서는 살결에 느껴지는 바람과 햇빛, 함께 걷는 전 세계 사람의 이야기 그리고 가장 중요한 내 마음의 소리도 들을 수 있다.

 

모든 여행자에게 묻고 싶다.

여행과 사랑에 빠져 본 적 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