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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5일상

여행의 이유: 기억.

 


기억에는 향기가 있다.

향기에는 기억이 있다.

 

오래전 기억.

최근 고등학교 친구들을 만나 실컷 웃었다. 분명 오랜만에 봤고, 하는 일도 다르고 하는 것도 다른데 함께 있으면 자꾸만 웃음이 난다. 야자 도망갈 생각도 안 하고 열심히 공부했던 기억, 댄스부에서 마이클 잭슨 춤췄던 기억까지. 함께 있으면 자꾸 그 시간 속으로 여행하는 기분이다.

 

비가 내린다.

비가 오면 큼큼하는 습관이 있다. 자연스레 산티아고 순례길과 국토대장정이 떠오른다. 그리고 나도 모르게 신이 난다. 올해 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으며 기억에 남는 일 중 하나. 우박과 거센 비바람, 먹구름을 동반한 날씨를 만났다. 난생처음 겪어 보는 날씨에 정신을 차릴 수 없었고, 흙길의 자갈과 모래가 날려 눈을 뜰 수 없었다. 그러더니 금방 해가 쨍쨍하다.

 

마침 정신줄을 놓고 기어가고 있었는데 요란한 날씨 덕에 신이 났고, 한 마을을 더 가야 하는데 이번 마을에서 쉴 수 있었다. 크흐! 비 쫄딱 맞고 샤워한 후에 벽난로 앞에 앉아 먹는 카페 콘레체의 맛도 잊을 수가 없다. 이렇게 향기에는 기억이 스며져 있다. 그리고 또다시 기억에는 그때의 향기가 스며져 있다.

 

4월의 순례길 날씨는 봄, 여름, 가을, 겨울이 다 있었고,

내가 만난 4계절은 참 예뻤다.

비가 오는 오늘 산티아고의 여름이 생각난다.

 

여행의 경험을 기억한다는 건 참 신나는 일이다.

 

가장 기억에 남는 여행과 향기는 무엇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