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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에미치다

여행의 이유: 허기. 하루 8끼 먹어도 먹어도 배가 고팠을 때가 있었다. 그래서 아침을 먹고 또 아침을 먹었다. 점심을 먹고는 또 점심을 먹었고, 야식과 간식 없이는 살 수가 없었다. 소화시킬 시간을 주지 않으니 하루 종일 몸도 기분도 무거웠었다. 그래도 속이 자꾸 허해서 먹고 또 먹었다. 라떼 한잔 샌프란시스코를 여행했을 때였다. 아침에 블루보틀에서 라떼를 한 잔 시켜 마시고 걷고 또 걸었다. 골든 게이트 브릿지를 왕복으로 걷고, 언덕길을 돌아다니며 이곳저곳을 구경했다. 피어(PIER) 39에서 기념품도 보고 기라델리 초콜릿 공장도 봤다. 배는... 안고파서 피셔맨 워프에서 클램 차우더를 지나쳤다. 왜 그런 걸까? 여행을 하면 누구나 다 라떼 한잔으로 하루를 보낼 수 있는 건가? 내 식욕이 의심스러웠지만, 한 두 번이 아니.. 더보기
여행의 이유: 우연. 눈꽃빙수와 얼음빙수 내가 초등학생 때 만해도 눈꽃빙수는 흔히 볼 수 없는 부드러운 얼음의 맛이었다. 유일하게 캔모아에 파는 눈꽃빙수가 인기였고 값도 어마어마했다. 지금은 어딜 가도 눈꽃 빙수만 팔아서 탈이다. 아니, 내가 얼음 빙수의 재미없이 빙수를 먹고 싶지가 않다. 얼음 빙수는 뭐랄까 입에 넣자마자 아그작 소리가 나는 재미와 팥과 연유 그리고 토핑이 숟가락에 범벅이 될 때까지 비빌 수 있는 손목의 맛을 느낄 수 있다. 그래서 최근 몇 년 동안 얼음 빙수를 찾으러 다녔는데 찾지 못했다. 그래서 주로 슈퍼에 파는 팥빙수나, 빙빙, IdH(배) 아이스크림으로 여름을 달랬다. 우연이다. 오늘 부드러운 얼음의 맛이 아닌 레알 여름의 맛 빙수를 발견했다. 기가막힌 우연이다. 받자마자 차가운 돌솥의 용기에 놀랐고.. 더보기
여행의 이유: 기억. 기억에는 향기가 있다. 향기에는 기억이 있다. 오래전 기억. 최근 고등학교 친구들을 만나 실컷 웃었다. 분명 오랜만에 봤고, 하는 일도 다르고 하는 것도 다른데 함께 있으면 자꾸만 웃음이 난다. 야자 도망갈 생각도 안 하고 열심히 공부했던 기억, 댄스부에서 마이클 잭슨 춤췄던 기억까지. 함께 있으면 자꾸 그 시간 속으로 여행하는 기분이다. 비가 내린다. 비가 오면 큼큼하는 습관이 있다. 자연스레 산티아고 순례길과 국토대장정이 떠오른다. 그리고 나도 모르게 신이 난다. 올해 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으며 기억에 남는 일 중 하나. 우박과 거센 비바람, 먹구름을 동반한 날씨를 만났다. 난생처음 겪어 보는 날씨에 정신을 차릴 수 없었고, 흙길의 자갈과 모래가 날려 눈을 뜰 수 없었다. 그러더니 금방 해가 쨍쨍하다... 더보기
여행의 이유: 자유. ​​​​​​​​​ 여행의 이유: 자유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사람은 매일 무언가를 반복하는 사람이다. 절대 끝까지 계속하는 일이 항상 쉽지는 않다. 그럼에도 나는 계속 이 프로젝트를 해나갈 거다. 너 하고 싶은 거 다​ 해 좋아하는 말 이면서도 쉽게 할 수 없는 말이기도 하다. 암묵적으로 대학교도 나와야 하고 취업도 해야 하고 결혼도 해야 하는 등 내가 하고 싶은 것만 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이외에도 옷 입는 것, 먹는 것, 사는 것까지 자유롭지 못하다고 느꼈다. 누군가를 의식하고 또 의식해야 하게 된다. 그러나 여행을 가면 진짜 하고 싶은 걸 할 용기가 생긴다. 고민 있는 한국도 아니고, 누군가를 의식할 필요도 없다. 여행 가면 항상 한국에서 못 입는 옷을 가져간다. 그리고 바로 입어버린다! 그리고 .. 더보기
여행의 이유: 고생. 글을 쓰기 전에. 잘 쓰려고 하지 말자. 365 프로젝트를 마무리할 때쯤, 글을 잘 쓰고 싶어질 거다. 지금은 꾸미기보다 글 한자를 적는데 집중하기로 했다. "구린 초고라도 써라. 빈 페이지를 편집할 수는 없으니까." 애너 바이탈, 인포그래픽 디자이너 고생 끝에 고생이 또 온다. 산티아고 순례를 마치고 마드리드 공항으로 이동했을 때 대기 좌석을 받았다. 분명히 돈을 다 지불했는데, 온라인 체크인을 안 해서 대기라고 한다. 이번 비행기를 못 타면 늦은 밤까지 기다려야 했다. 난 너무 지쳐있는데 마음속에서 짜증이 폭발했다. 저녁 비행기는 자리가 많냐고 했더니, 그것도 대기라고 했다. 마드리드에서 마무리 여행을 기대했는데, 공항에서 노숙을 해야 한다는 생각에 눈물이 났다. 이베리아 익스프레스 항공사가 미웠다... 더보기
여행의 이유: 사랑. 김종욱 찾기 여행하면 우리 마음에 누구나 김종욱이 있다. 김종욱은 여행을 하며 어디서 어떻게 무슨 이유로 만날지 모르는 예상하지 못한 사랑이다. 매번 여행을 하며 김종욱을 떠올렸다. 비행기 옆자리에 누군가 앉지 않을까? 우연히 호텔에서 만나는 건 아닐까? 그것도 아니라면 집으로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음... 아니었다. 절대 절대 영화 같은 사랑은 없었다. 지인은 우스게 소리로 "그런 사람 따라가면 큰일 난다."라고 말한다. 맞는 말이다. 나의 최애 여행지: 산티아고 순례길. 지금까지 비행기로 여행한 곳은 산티아고 순례길, 필리핀, 미국, 프랑스..... 그래도 나름 많이 다녔다. 이 중 최애 여행지는 산티아고 순례길이다. 그 이유는 거기서 김종욱을 만났기 때문이다. 김종욱은 779km의 프랑스 길을 .. 더보기
여행의 이유: 불안. 세상에서 여행이 가장 싫어 여행의 이유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한 계기는 가장 좋아하던 여행이 가장 싫어졌기 때문이다. 지인들은 최근에 다녀온 산티아고 순례길에 대해 얘기를 하니 "너 여행 정말 좋아하는구나!"라고 말한다. 하지만 난 절대 여행으로 순례길을 다녀올 생각은 아니었다. 이렇게 말하면 "그럼 뭘로 간 거야?"라고 되묻는다. "음....... 사는 게 힘들어서". "엥?" 모두의 반응이 같았다. 되돌아보니 내면의 성장을 위해 여행을 떠났다는 말이 맞다. 그러나 여행이라는 단어가 얼마나 질렸으면 여행을 떠났다고 말하지 않는 걸까? 여행을 좋아하게 된 이유 먼저 내가 여행을 좋아하게 된 이유와 싫어하게 된 이유를 찾아봤다. 먼저, 여행을 좋아하게 된 이유다. 10년 전 중학교 3학년으로 돌아가 고등학교..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