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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에미치다

여행의 이유: 알코올 내가 소주 한잔을 마실 동안 그는 벌컥 세잔을 들이켰다. 술을 못하는 내게도 첫 잔은 달았다. 그리고 또 한잔을 마셨다. 그 역시 또 세잔을 들이켰다. 그리고는 술이 가장 좋다며 한잔을 더 들이켰다. 이상한 일이다. 소주 한 병에 단맛은 어디서 나는 걸까 나와 첫 식사를 하는 자리에서도 그는 세상에서 소주가 제일 맛있다고 했다. 단맛, 내가 지은 것. '알코올 쓰레기', '가성비 최고' 위의 수식어는 술자리에서 나를 졸졸 따라다니는 수식어다. 나도 오렌지주스처럼 술이 술술 들이켜지면 얼마나 좋을까 고민해 봤다. 하지만 선천적으로 알코올이 몸에 안 받으니 많이 마실수가 없다. 딱 만 19세가 됐던 날 친구들과 홍대로 술을 마시러 갔었다. 당당하게 민증을 보여주고 치킨과 맥주를 먹었다. 황금빛 치킨 튀김이 .. 더보기
여행의 이유: 진심 진심을 다해 여행을 떠났던 적이 있을까? 이게 무슨 소리일까? 해외여행을 가면서 까지 이런 이유들이 필요한 걸까? 난 왜 놀러 가면서도 이런저런 생각이 많은 걸까 싶다가도 그게 나니깐 받아들이기로 했다. 오늘은 악몽을 꿨다. 어제의 최고기온은 37도를 넘었다. 난 하루종일 지옥철에 시달리고 바쁜 아르바이트로 더위에 푹 찌고 말았다. 깊게 잠들지 못하고 계속 악몽을 꿨고, 동시에 신경 쓰는 일들이 생각났다. 몸이 힘드니 내가 꼭 쥐고 있던 진심을 놓고 싶었다. 대충하고 빨리 쉬고 싶었다. 진심은 통한다. 산티아고 순례길에 가장 기억에 남는 이유는 늘 진심이 었기 때문이다. 잠깐 지금을 탈피하려고 떠난 여행도 아니었고, 보여주는 것 뿐인 계획을 따라 떠난 여행도 아니었다. 여행을 어쩔 수 없이 가야 돼서 대.. 더보기
여행의 이유: 빨간 드레스. 미국에는 디즈니 월드와 디즈니 랜드가 있다. 엘에이에 있는 디즈니 랜드는 월트 디즈니의 의도와 다르게 상업적인 목적을 배경으로 설계됐다. 올랜도의 디즈니월드는 월트 디즈니의 가치와 혼을 바탕으로 설계됐다. 들었던 얘기 중 디즈니 월드의 미녀와 야수의 성 식당에 가면, 진짜 미녀와 야수가 있고 서빙도 공주와 왕자 그리고 신하들이 해준다고 한다. 글을 쓰는 지금도 너무 가보고 싶다.!!!!!!!!! 디즈니는 브랜드 그 이상의 가치로 정말 디즈니 세계에 와있는 기분을 느끼게 한다. 신데렐라 드레스 어렸을 때 부모님과 쇼핑을 가서 샀던 하늘색 드레스가 기억난다. 앨범을 뒤져보니 신데렐라의 드레스와 비슷하다. 그 옷을 입으면 난 신데렐라가 된 기분이었다. 아니, 신데렐라였다. 그 증거는 아직도 우리 아빠는 나를 .. 더보기
여행의 이유: 반짝이는 눈. 내 일상 중 하나는 아침에 눈을 뜨고 노트북과 좋아하는 책 한 권을 가지고 동네 스타벅스에 가는 일이다. 처음에 맛있었던 커피 맛이 익숙해질 때쯤이면 다른 카페에 갈 법도 한데, 너무 익숙해서 다른 곳에 가지 않는다. 오늘은 차로 10분 거리에 있는 동네 카페를 발견했다. 산 하나를 넘어가는 골목길에 위치해서 뚜벅이였다면, 발견하지 못했을 카페다. 얼마 전부터 크림 브륄레가 먹고 싶었는데, 토치로 케이크 끝을 달군 레몬 케이크가 있었다. 배가 불렀는데 불에 녹아내린 생크림과 상큼한 레몬 크림이 맛있었다. 카페에서는 마당의 잔디와 푸르른 산들이 보이고, 잠자리가 날아다녔다. 우리 동네에도 이런 곳이 있구나. 그냥 새로운 카페를 간 것 뿐인데. 반짝이는 눈 익숙한 것을 벗어나면 모든 게 새로워진다. 눈이 반.. 더보기
여행의 이유: 휴식. 일주일 전부터 '휴식'에 대해 글을 쓰고 싶었는데 글이 안 써졌다. 휴식하는 여행을 해 본 적이 없어서 일까? 글 소재도 떠오르지 않고, 휴식이 뭔지 정의되지도 않는다. 나만의 휴식 기준. 휴식이라는 단어를 떠올리면, 풍경이 보이는 마루에 앉아 옥수수를 뜯는 내 모습이 그려진다. 일을 멈추고, 걱정을 멈추고, 핸드폰을 멈추고 자연이 흐르는 대로 몸을 맡기는 상상만으로 기분이 나아진다. 휴식을 위한 첫 여행. 핵망! 지난해 완전히 쉬기 위해 휴양지인 팔라완에 갔다. 가기 전에는 바닷가에서 일광욕하고, 호텔 조식 먹고, 마사지받으며 쉬는 상상을 했다. 근데 막상 여행지에 도착하니깐 아침 먹고 일어나서 호핑투어 가고, 돌아와서 마사지받고 쇼핑하고, 저녁 먹으러 다시 시내에 갔다가 또 반딧불이 투어를 갔다. 그.. 더보기
여행의 이유: 동질감. "김철수"라는 사람 알아요? 누군가 저렇게 물으면 김철수를 만나보지 않은 이상 "음.. 모르겠는데요?"라고 답 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빈센트 반 고흐 알아요?"라고 물으면 거의 모든 사람이"물론이죠."라고 답할 수 있을 거다. "아 지루해" 여행 가서 하지 않는 것 중 하나. 박물관. 전시관. 미술관 가기. 파리에서 오르세랑, 루브르 박물관을 갔는데 그림을 봐도 난 모르겠고, 비싼 입장료만큼 엄청난 양의 작품을 다 본다는 게 멀미가 났다. 영영 친해질 수 없는 공간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LA에서 Norton Simon Museum을 다녀온 후 생각이 바뀌었다. 놀턴 시몬 박물관은 규모도 적당해서 1-2시간 정도면 작품을 보기도 좋았고, 야외에 예쁜 정원이 있어서 책을 읽거나 얘기하기에도 좋았다. 시.. 더보기
여행의 이유: 고양이. 나는 고양이를 무서워한다. 중학교 땐가 우리 집 옥상에 고양이 대가족이 살았다. 동물은 키워본 적도 없는 나에게 너무 무서운 존재였다. 매일 오르는 계단을 따라오고, 앙칼진 울음으로 울어댔다. 나를 해치지는 않았지만 너무 무서웠다. 작고 귀여운 소중한 것. 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으며 사람 다음으로 많이 만난게 고양이였다. 순례길의 고양이는 다들 온순했다. 크앙 입을 벌리지도 않고, 빠르게 따라오지도 않았다. 그냥 쫑쫑쫑 걷다가 내가 소심하게 "미야옹" 고양이 울음소리를 내면 멈춰서 갸우뚱거렸다. 저 인간이 왜 고양이 소리 같지도 않은 말을 하지 했을 거다. 그래도 가끔은 효리네 민박에서 배운 고양이 인사를 해줬다. 멈춰서서 눈이 맞을 때까지 기다렸다가 천천히 눈을 깜-빡. 하면 똑같이 인사를 해줬다. 고양.. 더보기
여행의 이유: 동기. 동기. 여행의 이유 365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만든 힘. 낭만적인 파리로 떠나게 만든 힘. 꿈을 실현하게 만든 힘. 내게는 내가 하고 싶은 걸 만드는 힘이 동기다. 여행 가이드. 학교 공부는 최악이다. 시험기간에 교과서를 집에 가져간 적이 있었나? 생각도 안 난다. 유일하게 좋아했던 활동은 발표였다. 처음에는 무지무지 긴장해서 화장실을 몇 번이나 갔었다. 하지만 공식적으로 빛날 수 있는 유일한 자리였다. 똑같이 발표를 하는데 유독 내 박수만 박수를 받았다. 잘난 체는 아니고, 쩌렁쩌렁한 목소리 덕에 집중이 잘 됐다고 생각한다. 여행 가이드가 하고 싶었다. 가이드할 지역이 어디가 될지 모르지만, 꼼꼼히 알고 싶었다. 그래서 현지에 살아보려고 유학, 워킹홀리데이, 어학연수, 장기여행 등 이것저것 고민을 했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