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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의이유

여행의 이유: 반짝이는 눈. 내 일상 중 하나는 아침에 눈을 뜨고 노트북과 좋아하는 책 한 권을 가지고 동네 스타벅스에 가는 일이다. 처음에 맛있었던 커피 맛이 익숙해질 때쯤이면 다른 카페에 갈 법도 한데, 너무 익숙해서 다른 곳에 가지 않는다. 오늘은 차로 10분 거리에 있는 동네 카페를 발견했다. 산 하나를 넘어가는 골목길에 위치해서 뚜벅이였다면, 발견하지 못했을 카페다. 얼마 전부터 크림 브륄레가 먹고 싶었는데, 토치로 케이크 끝을 달군 레몬 케이크가 있었다. 배가 불렀는데 불에 녹아내린 생크림과 상큼한 레몬 크림이 맛있었다. 카페에서는 마당의 잔디와 푸르른 산들이 보이고, 잠자리가 날아다녔다. 우리 동네에도 이런 곳이 있구나. 그냥 새로운 카페를 간 것 뿐인데. 반짝이는 눈 익숙한 것을 벗어나면 모든 게 새로워진다. 눈이 반.. 더보기
여행의 이유: 휴식. 일주일 전부터 '휴식'에 대해 글을 쓰고 싶었는데 글이 안 써졌다. 휴식하는 여행을 해 본 적이 없어서 일까? 글 소재도 떠오르지 않고, 휴식이 뭔지 정의되지도 않는다. 나만의 휴식 기준. 휴식이라는 단어를 떠올리면, 풍경이 보이는 마루에 앉아 옥수수를 뜯는 내 모습이 그려진다. 일을 멈추고, 걱정을 멈추고, 핸드폰을 멈추고 자연이 흐르는 대로 몸을 맡기는 상상만으로 기분이 나아진다. 휴식을 위한 첫 여행. 핵망! 지난해 완전히 쉬기 위해 휴양지인 팔라완에 갔다. 가기 전에는 바닷가에서 일광욕하고, 호텔 조식 먹고, 마사지받으며 쉬는 상상을 했다. 근데 막상 여행지에 도착하니깐 아침 먹고 일어나서 호핑투어 가고, 돌아와서 마사지받고 쇼핑하고, 저녁 먹으러 다시 시내에 갔다가 또 반딧불이 투어를 갔다. 그.. 더보기
여행의 이유: 동질감. "김철수"라는 사람 알아요? 누군가 저렇게 물으면 김철수를 만나보지 않은 이상 "음.. 모르겠는데요?"라고 답 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빈센트 반 고흐 알아요?"라고 물으면 거의 모든 사람이"물론이죠."라고 답할 수 있을 거다. "아 지루해" 여행 가서 하지 않는 것 중 하나. 박물관. 전시관. 미술관 가기. 파리에서 오르세랑, 루브르 박물관을 갔는데 그림을 봐도 난 모르겠고, 비싼 입장료만큼 엄청난 양의 작품을 다 본다는 게 멀미가 났다. 영영 친해질 수 없는 공간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LA에서 Norton Simon Museum을 다녀온 후 생각이 바뀌었다. 놀턴 시몬 박물관은 규모도 적당해서 1-2시간 정도면 작품을 보기도 좋았고, 야외에 예쁜 정원이 있어서 책을 읽거나 얘기하기에도 좋았다. 시.. 더보기
여행의 이유: 고양이. 나는 고양이를 무서워한다. 중학교 땐가 우리 집 옥상에 고양이 대가족이 살았다. 동물은 키워본 적도 없는 나에게 너무 무서운 존재였다. 매일 오르는 계단을 따라오고, 앙칼진 울음으로 울어댔다. 나를 해치지는 않았지만 너무 무서웠다. 작고 귀여운 소중한 것. 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으며 사람 다음으로 많이 만난게 고양이였다. 순례길의 고양이는 다들 온순했다. 크앙 입을 벌리지도 않고, 빠르게 따라오지도 않았다. 그냥 쫑쫑쫑 걷다가 내가 소심하게 "미야옹" 고양이 울음소리를 내면 멈춰서 갸우뚱거렸다. 저 인간이 왜 고양이 소리 같지도 않은 말을 하지 했을 거다. 그래도 가끔은 효리네 민박에서 배운 고양이 인사를 해줬다. 멈춰서서 눈이 맞을 때까지 기다렸다가 천천히 눈을 깜-빡. 하면 똑같이 인사를 해줬다. 고양.. 더보기
여행의 이유: 동기. 동기. 여행의 이유 365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만든 힘. 낭만적인 파리로 떠나게 만든 힘. 꿈을 실현하게 만든 힘. 내게는 내가 하고 싶은 걸 만드는 힘이 동기다. 여행 가이드. 학교 공부는 최악이다. 시험기간에 교과서를 집에 가져간 적이 있었나? 생각도 안 난다. 유일하게 좋아했던 활동은 발표였다. 처음에는 무지무지 긴장해서 화장실을 몇 번이나 갔었다. 하지만 공식적으로 빛날 수 있는 유일한 자리였다. 똑같이 발표를 하는데 유독 내 박수만 박수를 받았다. 잘난 체는 아니고, 쩌렁쩌렁한 목소리 덕에 집중이 잘 됐다고 생각한다. 여행 가이드가 하고 싶었다. 가이드할 지역이 어디가 될지 모르지만, 꼼꼼히 알고 싶었다. 그래서 현지에 살아보려고 유학, 워킹홀리데이, 어학연수, 장기여행 등 이것저것 고민을 했다.. 더보기
여행의 이유: 허기. 하루 8끼 먹어도 먹어도 배가 고팠을 때가 있었다. 그래서 아침을 먹고 또 아침을 먹었다. 점심을 먹고는 또 점심을 먹었고, 야식과 간식 없이는 살 수가 없었다. 소화시킬 시간을 주지 않으니 하루 종일 몸도 기분도 무거웠었다. 그래도 속이 자꾸 허해서 먹고 또 먹었다. 라떼 한잔 샌프란시스코를 여행했을 때였다. 아침에 블루보틀에서 라떼를 한 잔 시켜 마시고 걷고 또 걸었다. 골든 게이트 브릿지를 왕복으로 걷고, 언덕길을 돌아다니며 이곳저곳을 구경했다. 피어(PIER) 39에서 기념품도 보고 기라델리 초콜릿 공장도 봤다. 배는... 안고파서 피셔맨 워프에서 클램 차우더를 지나쳤다. 왜 그런 걸까? 여행을 하면 누구나 다 라떼 한잔으로 하루를 보낼 수 있는 건가? 내 식욕이 의심스러웠지만, 한 두 번이 아니.. 더보기
여행의 이유: 기억. 기억에는 향기가 있다. 향기에는 기억이 있다. 오래전 기억. 최근 고등학교 친구들을 만나 실컷 웃었다. 분명 오랜만에 봤고, 하는 일도 다르고 하는 것도 다른데 함께 있으면 자꾸만 웃음이 난다. 야자 도망갈 생각도 안 하고 열심히 공부했던 기억, 댄스부에서 마이클 잭슨 춤췄던 기억까지. 함께 있으면 자꾸 그 시간 속으로 여행하는 기분이다. 비가 내린다. 비가 오면 큼큼하는 습관이 있다. 자연스레 산티아고 순례길과 국토대장정이 떠오른다. 그리고 나도 모르게 신이 난다. 올해 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으며 기억에 남는 일 중 하나. 우박과 거센 비바람, 먹구름을 동반한 날씨를 만났다. 난생처음 겪어 보는 날씨에 정신을 차릴 수 없었고, 흙길의 자갈과 모래가 날려 눈을 뜰 수 없었다. 그러더니 금방 해가 쨍쨍하다... 더보기
여행의 이유: 고생. 글을 쓰기 전에. 잘 쓰려고 하지 말자. 365 프로젝트를 마무리할 때쯤, 글을 잘 쓰고 싶어질 거다. 지금은 꾸미기보다 글 한자를 적는데 집중하기로 했다. "구린 초고라도 써라. 빈 페이지를 편집할 수는 없으니까." 애너 바이탈, 인포그래픽 디자이너 고생 끝에 고생이 또 온다. 산티아고 순례를 마치고 마드리드 공항으로 이동했을 때 대기 좌석을 받았다. 분명히 돈을 다 지불했는데, 온라인 체크인을 안 해서 대기라고 한다. 이번 비행기를 못 타면 늦은 밤까지 기다려야 했다. 난 너무 지쳐있는데 마음속에서 짜증이 폭발했다. 저녁 비행기는 자리가 많냐고 했더니, 그것도 대기라고 했다. 마드리드에서 마무리 여행을 기대했는데, 공항에서 노숙을 해야 한다는 생각에 눈물이 났다. 이베리아 익스프레스 항공사가 미웠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