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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의 이유: 관점 하루 중 가장 좋아하는 시간은 노트북에 앉아 여행의 이유에 대해 써 내려가는 일이다. 오늘 한 질문을 받았다. '하루 종일 글 쓰는 일을 할 수 있겠어요? 정말 8시간 내내 앉아서 해야 할 텐데요. 혹시, 그리피스 천문대에 대해 어떤 글을 쓸 수 있죠?' 그리피스 천문대는 라라랜드 영화 이후로 많은 사람에게 알려진 명소다. 영화 속의 주인공이 천문대에서 밤하늘을 바라보다 그 하늘 위에서 춤을 추며 데이트를 한다. 세상의 어떤 데이트 장소보다 매력적인 곳이다. 제일 먼저 우리의 머리에 스친 위의 장면에 대해 글을 쓸 것이다. 그리고 천문대로 올라가는 길에 대해 쓸 것이다. 천문대로 가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는데 시내에서 셔틀버스를 타는 법과, 우버(택시)를 타고 추자장에 내려 10분 정도 걷는 일이다. 버.. 더보기
여행의 이유: 시간여행 취미는 요리는 아님. 요즘 내 취미에 요리는 없다. 음식도 없다. 밥 안 먹고 다니는 사람 보면 신기했는데 요즘 내가 그렇다. 눈에 보이면 먹고 죽을 것 같으면 먹는다. 아, 오늘이 고비였다. 삶의 방향을 찾으며 마음과 정신은 살아났는데 가장 기본적인 건강은 잠들어간다. 시간여행 퇴근 후 밥이 들어가면 살아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늘 다니던 분식집은 너무 늦은 시간이라 문을 닫아 버렸다. 어쩔 수 없이 들어가게 생긴 분식집에 들어갔다. 으 낡았다. 비위생적인 것 같고, 김밥을 먹으면 쉰내가 날 것 같았다. 죽을 수는 없어서 김밥을 골랐다. "사장님 모둠 김밥은 뭐예요?", "소고기, 치즈, 참치, 깻잎 다 들어가" 그래 날 살리고 싶다면 이거다 싶었다. 김밥이 말리는 동안 가게를 쓱 구경하는데, 공중.. 더보기
여행의 이유: 지금. 당신의 단점은 무엇인가? 하. 취준생의 마음을 쿵 하고 세게 치는 질문이다. "취준생인 게 제 단점이 아닌가요?" 하며 웃어넘기고 진지하게 생각해 봤다. 그리고 써 내려간 답변. '저의 단점은 생각이 많은 것입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산티아고 순례길을 다녀왔습니다. 길에서도 이틀 후의 숙소를 알아보고, 저녁 장 보기를 위해 숙소 주변의 슈퍼를 확인했습니다. 매일 반복하다 보니 문제의 원인이 미래에만 집중했다는 점을 알게 되었습니다. 순례길에서 중요한 것은 걸으며 만나는 사람과 눈앞의 새로운 환경이었습니다. 이후 너무 많은 생각을 하기보다 지금을 즐기는 지혜가 생겼습니다.' 지금을 즐기는 지혜. 지금을 즐기기 전에는 목표에 대해 단계별로 계획을 했었다. 올해는 꼭 취업을 하고, 취업하는 동시에 저녁에 운.. 더보기
여행의 이유: UNIVERSAL 순례길에서 만난 10명의 사람 중 8명은 외국인이다. 영어가 세계 공통어지만 이곳에서는 ‘Hi(하이)’라는 인사 대신 ‘Buen Camino(부엔까미노, 응원해! 힘내!)’라고 말한다. 더 신기한 건 한국어로 말하는 한국인과 스페인어로 말하는 스페인 사람이 대화가 된다는 것이다. 프랑스 길 중 가장 난이도가 높다는 나폴레옹 루트를 걷고 있었다. 지쳐 말도 나오지 않는데 뒤에서 깔깔깔 하는 소리가 들렸다. 거기에는 캐나다 순례자 2명과 스페인 순례자 1명이 있었다. 나풀거리는 하얀 알라딘 바지에 배낭을 앞뒤로 메고 있는 스페인 순례자가 눈에 띄었다. 우주의 기운이 느껴졌다. 이름은 Juan, 우리는 환 또는 후안이라고 불렀다. 즐겁고 유쾌한 순례자였다. 목적지만 바라보고 가도 힘든 나폴레옹 루트를 깔깔깔 .. 더보기
여행의 이유: 새로움. ​여행 그 자체보다 여행이 품은 새로움에 마음이 설렌다. 비행기를 떠올리면 마음이 간질간질 했던 시절이 있었다. 그래서 일부러 비행기 표 없이도 공항과 함께 해가 뜨고 지는 일을 찾아 했었다. 그러다 비행기를 타는 횟수와 빈도가 잦아지고 더 이상 공항에 가는 일이 즐겁지 않았다. 비행기가 매일 타는 동네 버스 같았고, 여행지에 대한 감이 생겨버렸다. 가보지 않아도 어떤 곳인지 어렴풋이 알 것 같은 어리석은 착각에 빠져버렸다. 그러다 여행이라는 단어가 차가워졌고 날 일어서게 한 그것이 사라지니 모든 것이 건조해졌다. 오랜만에 여행길에 나섰다. 비행기가 아니라 고속버스에도 다시 마음이 간질간질 하다. 그동안 내 헛된 상상만으로 볼 수 없는 새로움이 있다는걸 깨달았다. ​여러분은 여행과 함께 할 때, 언제 마.. 더보기
여행의 이유: 겨울, 그 아름다움. 오늘은 당신의 이야기를 쓰고 싶다. 3월 2일 10시 출근, 5시 30분 퇴근.3월 3일 8시 25분 출근, 6시 10분 퇴근.3월 4일 8시 25분 출근, 11시 30분 퇴근....4월 14일 8시 24분 출근, 7시 퇴근.4월 15일 8시 20분 출근, 8시 퇴근.4월 16일 오늘은 쉬는 날.(45일 만에) 우연히 발견했던 엄마의 다이어리에 몇 년 동안 기록된 출퇴근 시간을 봤다. 중간중간 '오늘은 쉬는 날. 힘들다.'라는 문구를 보면 마음이 미어졌다. 펜 끝에 그 말이 나오기까지 엄마는 어떤 기분이었을까? 흔히들 겨울이 고난의 계절이라고 표현한다. 모든 게 잠들어버린 후 매서운 바람만 남아있는 그 계절을 말한다. 종종 사람들은 "내 인생에 봄은 언제 올까"라고 말한다. 지금 겨울이라는 말이다. 지금.. 더보기
여행의 이유: 관찰 카페에 들어섰다. 아늑한 자리에 앉을까 하다가 비가 와서 창가에 앉았다. 비가 오면 사람들은 우산을 쓴다. 빨간 우산, 파란 우산, 찢어진 우산. 찢어진 우산이라도 써서 비를 피한다. (진짜 비닐 한 조각만 남은 우산을 쓰고 터벅터벅 걷는 사람을 봤다.) 갑자기 바람이 세차게 분다. 우산의 방향이 앞쪽으로 향한다. 비바람을 막아야 하니깐. 미니 수레를 끈 한 아주머니가 우산을 쓰고 비둘기에게 먹이를 준다. 해리포터의 한 장면 같았다. 비둘기들아 너네들도 아침을 먹어서 다행이다. 그러다 문득, 비둘기는 우산 없이 비를 맞는다는 생각을 했다. 비가 오나 바람이 부나 천둥번개가 치나 비를 피하지 않고 맞는다. 그간 여름의 무더위 탓일까? 아니면 비가 뭔지 모르는 걸까? 비가 오는 날 우산을 쓰는 건 사람뿐이라.. 더보기
여행의 이유: 하늘 대게 하늘을 쳐다보면 기분이 좋아진다. 오늘은 하늘이 쨍하게 파란 날이었다. 기분이 좋았다. 발을 내딛을 때마다 펄쩍펄쩍 뛰었다. 내가 집 밖에 있을 때마다 하늘을 쳐다보기 시작한 건 2016년부터다. 그 날은 늘 그렇듯 만원 지옥철에 이리 치이고 저리 치였다. 편도 두 시간 지하철에 몸을 싣고 집으로 오는 길에는 두 번이나 환승 구간이 있다. 신도림역이 그랬고 우리 동네 역이 그랬다. 다른 날과 마찬가지로 노래가 나오지 않는 이어폰을 끼고 표정 없이 걸었다. 소음이 싫었다. 가슴이 답답했다. 한숨을 크게 쉬었다. 마음속으로 “도대체 왜 그래!!?”라고 외쳤다. 지하철 출구로 나오자마자 하늘을 올려다봤다. 별똥별이 떨어졌다. 태어나서 처음 보는 별똥별이었다. 떨어지는 별똥별을 보고 소원을 빌면 소원이 이.. 더보기